
큰 기대 없이 일주일간 몰아본 기아 스포티지 PHEV. 가장 놀란 건 다름 아닌 이 차의 '패밀리카다움'이었다.
기아 스포티지는 텔루라이드나 카니발 같은 화려한 형제 모델만큼 주목받지 못하곤 하는데, 이는 다소 아쉬운 일이다. 1993년 데뷔한 이래 토요타 RAV4나 혼다 CR-V보다도 먼저 시장에 나온, 기아에서 가장 오래된 모델명이다. 1997년에는 세계 최초로 운전자 무릎 에어백을 탑재한 양산차였고, 그 이전에는 파리-다카르 랠리와 바하 1000을 완주한 최초의 한국 차이기도 했다. 이런 이력을 감안하면 스포티지가 700만 대 넘게 팔린 기아의 글로벌 베스트셀러라는 사실도 놀랍지 않다.
지금은 가솔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갖춰 어떤 라이프스타일에도 맞는 스포티지가 존재한다. 2026년형은 부분변경을 거쳐 디자인을 다듬고 실내를 개선했으며 기본 사양도 대폭 늘었다. 자동차 애호가로서는 마음에 들 거라 예상했지만, 부모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가장 놀라웠던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1. 경쟁 모델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스포티지는 선택지가 다양한 만큼 가격대도 넓다. 가솔린 모델은 4,146만원(28,790달러)부터 5,715만원(39,690달러)까지, 하이브리드는 4,405만원(30,590달러)부터 5,859만원(40,690달러)까지다. PHEV는 두 트림 구성으로 5,845만원(40,590달러)부터 6,824만원(47,390달러)까지로 가장 비싸다.

사실상 형제 모델인 현대 투싼 PHEV는 이보다 다소 높은 5,771만원(40,075달러)부터 6,955만원(48,300달러)이며, 토요타 RAV4 PHEV는 5,976만원(41,500달러)부터 6,984만원(48,500달러)으로 근소한 차이로 뒤따른다. 3열이라 부르기엔 애매한(실질적으로는 점프시트가 달린 2열에 가까운) 미쓰비시 아웃랜더 PHEV는 6,227만원(43,245달러)부터 7,732만원(53,695달러)까지다. 이렇게 놓고 보면 스포티지가 경쟁 SUV들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다.
RAV4는 최대 80km(50마일 이상)에 달하는 놀라운 전기 주행거리로 맞서지만(스포티지는 55km/34마일에 그친다), 패밀리카로서는 승객 공간과 편안함, 실내 마감 면에서 스포티지가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2. 겉보기보다 훨씬 넓은 실내

기아가 왜 이 차를 '컴팩트'로 분류했는지 처음엔 이해가 갔다. 장인의 2024년형 토요타 RAV4 옆에 세우니 전체적으로 조금 더 작아 보였고, 더 짧고 좁아 보였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매트 그레이 도어를 열자 탁 트인 시야, 개방감 있는 실내 구성, 짙은 브라운 퀼팅 가죽 시트, 넉넉한 뒷좌석 레그룸에 놀랐다. 트렁크를 열었을 땐 더 인상적이었다. 977리터(34.5입방피트) 용량은 배터리팩이 커진 탓에 하이브리드(1,121리터/39.6입방피트)보다는 조금 작지만, 유모차나 일주일치 장본 것, 가족 여행 짐을 싣기엔 여전히 충분했다.

하지만 진짜 놀란 건 트렁크가 아니라 뒷좌석이었다. 후면 에어컨 벤트가 있고, 탑승자 모두에게 USB-C 충전 포트가 제공되며, 창문은 크고 짙은 틴팅이 돼 있어 멀미하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반가운 요소다. 뒷좌석 레그룸은 100cm(39.5인치)에 달해 키 큰 청소년이나 성인도 넉넉하게 다리를 뻗을 수 있다. 선루프도 자연광을 들이고 개방감을 더해주는 값어치를 톡톡히 했고, 아름다운 넛메그 브라운 색상의 실내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185cm(6피트1인치)인 남편도 조수석 레그룸에 만족했다.
보통 신형 차량의 두꺼운 플라스틱 센터콘솔이 무릎에 거슬린다며 조수석을 까다롭게 고르는 편인데, 스포티지는 장신에게도 충분히 넉넉했고 콘솔에 대한 불만도 전혀 없었다. 요약하면, 누구에게도 무엇을 싣기에도 공간이 부족한 순간이 없었다.
3. 온보드 기술과 세심한 실내 구성이 훨씬 비싼 차처럼 느껴지게 한다

기아와 현대차 모두 실제 가격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차를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퀼팅 브라운 가죽 시트, 선루프, 개방감 있는 실내에 이어 이를 완성하는 건 기아의 트리스크린 구성이다. 스티어링휠 뒤 12.3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멀티미디어 터치스크린 사이에 공조 전용 소형 터치스크린이 자리한다.
기아 소프트웨어는 모든 설정과 메뉴가 합리적으로 배치돼 있어 늘 마음에 들었다. 랜드로버나 볼보 시스템처럼 어디에 뭐가 있는지 헤맬 필요가 없었고, 모든 것이 매끄럽고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화면 해상도가 높아 밝고 빠르며 반응성도 훌륭했다. 여기에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조절 가능한 앞좌석 컵홀더, 앞좌석 뒤편 옷걸이까지 더해지니 작은 스포티지가 5,0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이 아니라 8,640만원(6만 달러)짜리 차처럼 느껴졌다.
4. PHEV답게(배터리가 떨어지면 하이브리드로) 상당히 효율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스포티지 PHEV의 전기 주행거리는 약 55km(34마일)로, PHEV 중에서는 중간 수준이다. 집에 레벨2 완속충전기가 있거나 120V·240V 일반 콘센트로 밤새 충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이상적으로는 볼일을 보거나(혹은 조용한 짧은 출퇴근을 즐기고) 하루를 마친 뒤 충전기를 꽂아두는 방식이다.
배터리가 금세 소진된 뒤 충전이 다소 까다로웠는데, 이는 자택에 충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많은 이들처럼 임차 거주라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었다. 레벨2 완속충전에 제한되다 보니 호환 충전기를 찾기도 쉽지 않았고, 충전에 약 2시간이 걸려 더욱 번거로웠다. 자택 충전이 가능한 운 좋은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없겠지만, 공용 충전기에 의존해야 한다면 차라리 하이브리드를 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만큼 충전 속도가 느리다.
충전을 거의 못 한 채(120V·240V 플러그로도) 사실상 하이브리드처럼 몰았는데,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며 평균 14.9km/L(35mpg)를 기록했다. 사륜구동 하이브리드치고는 훌륭한 수치다. 일주일을 마칠 즈음에도 연료 게이지는 4분의 3 아래로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 이 정도 연비와 적당한 연료탱크 용량이면, 가족 단위로도 한 달에 한 번 주유로 충분할 정도다.
5. 기본 안전 사양 목록이 놀라울 만큼 길다

기아 스포티지 X-라인 프레스티지는 스포티지 라인업 중 최상위 트림답게 회사가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안전·편의 사양을 갖췄고, 이런 안심감은 부모에게 그야말로 소중하다. 사각지대 감지, 차선유지보조,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전후방 및 교차로 긴급제동 같은 기본 사양은 물론,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눈여겨볼 만한 기능들도 있다.
안전하차경고는 운전석 창문 스위치 패널의 버튼으로 손쉽게 걸 수 있는 어린이 안전잠금을 깜빡 잊었을 때, 후방 범퍼 센서로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감지해 경고해준다. 뒷문이 열리는 도중 차량이 접근하면 문이 자동으로 잠겨 아이가 문을 열다 지나가는 차나 자전거·킥보드와 부딪히는 걸 막아준다. 서라운드뷰 모니터는 고해상도 광각 전후방 카메라와 결합돼 후진 출차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줬다. 화질이 워낙 선명해서, 스포티지 진로를 피하지 않던 길고양이도 확인할 수 있었고 센서도 충분히 민감하게 경고해줬다. 사각지대에 있어 직접 보진 못했지만 차가 대신 발견해준 셈이다.
이때 작동한 게 바로 주차충돌방지보조로, 브레이크가 자동으로(부드럽게) 걸려 장애물을 피했다. 그 고양이는 운이 좋았다. 전방충돌방지보조(교차로 회전 및 자전거 탑승자 감지 포함)는 다행히 직접 작동하는 걸 보진 못했지만 훌륭한 기능이라 생각한다. 비보호 좌회전 시 마주 오는 차량을 감시하고 교차로의 보행자를 감지하는 기능이다.
총평
기아 스포티지 PHEV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강력한 가성비 사례 중 하나다. 4인 소가족이 쓰기에 충분한 공간을 갖췄으면서도 스타일, 편안함, 효율성 어느 하나 타협하지 않았다. 이 가격이면 다른 PHEV들과 비교해도 추천하기 정말 쉬운 차다.
다만 "55km의 전기 주행거리가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이 정도 값어치를 할 만큼 대단한가?"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했다. 자택 충전기가 없다면 스포티지급 PHEV는 다소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자택 충전기만 있다면, 이 PHEV는 개인적으로 망설임 없이 추천할 만하다. 가격 대비 사양 구성이 그만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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