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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대체역사에서 엄청나게 치밀한 쿠데타 계획이 뒤집어진 이유 +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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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역사에서 엄청나게 치밀한 쿠데타 계획이 뒤집어진 이유

 

 

 

 

오스만 제국은 실제로도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의 입장이 됐지만 무엇 하나 나아지지 않았다.

 

매관매직은 그냥 너무 당연한 연례행사였고 군의 예산이란 회계 장부 안에만 존재하는 전설의 환상종이었다.

 

여기에 결정타가 터졌다.

 

궁정이 재정난을 메우겠다며 아나톨리아의 철도 부설권과 항만 관세권을 통째로 열강 채권단에 넘기는 신규 조약에 서명한 것이다.

 

승전국이 전리품을 뜯기는 희대의 광경에 청년 장교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코스탄티니예의 어느 허름한 창고.

 

"더는 못 참겠다. 이 정부를 갈아엎어야 해."

 

케말의 부름에 뜻을 같이하는 장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래서 케말. 계획은 있나?"

 

"물론이지."

 

케말이 지도와 서류를 탁자에 주르륵 펼쳤다.

 

장장 몇 달을 갈아 넣은 완벽한 결과물이었다.

 

"거사일은 새벽 두 시, 제1대대가 전신국을 장악한다. 두 시 십 분, 제2대대가 병영의 무기고를 접수하고 두 시 이십 분에는 주요 교량을..."

 

거의 오 분 단의로 짜인 치밀한 시간표.

 

부대별 임무와 예비대 운용.

 

실패 시의 철수 경로와 재집결 지접까지.

 

군사 교본에 실어도 손색이 없을 완벽한 계획이었다.

 

"...이상이다. 질문 있나."

 

"...저기."

 

엔베르가 손을 들었다.

 

"너무 복잡하지 않나."

 

"...뭐?"

 

"새벽 두 시니 십 분이니, 그런 게 왜 필요하지? 나라면 이렇게 하겠어."

 

옌베르가 지도 위에 손가락 하나를 얹었다.

 

다른 장소도 아닌 총리 관저였다.

 

"대낮에 당당히 저기로 걸어 들어간다. 총리에게 사표를 받는다. 끝."

 

"...."

 

창고에 정적이 흘렀다.

 

이 새끼는 대체 뭐라는 거지.

 

케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게 다인가?"

 

"그래. 이러면 끝 아닌가."

 

"경비병은?"

 

"비켜줄 거다."

 

"왜?"

 

"내가 엔베르니까."

 

"...실패하면?"

 

"실패할 리가 없지 않나. 운명이 우리와 함께하는데."

 

케말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계획의 탈을 쓴 도박, 아니 도박에게조차 실례인 무언가다.

 

도박사들도 도박을 할 때 나름 치열한 근거와 확률을 계산해서 하지 처음부터 올인 박고 파산하면 죽으면 그만이야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도박사의 자격도 없다.

 

"엔베르. 아무리 지휘부가 맛이 갔어도 이런 게 통할 리가..."

 

"나의 벗, 케말. 자네는 완벽한 사람이지만 매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엔베르가 어깨동무를 하며 살갑게 말을 이었다.

 

"제군들! 거사는 사흘 뒤 정오다!"

 

"정오? 대낮에 말인가?"

 

"그렇다! 어둠에 숨는 건 죄지은 자들이나 하는 짓! 우리는 태양 아래를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

 

엔베르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 혁명, 15분 안에 승부를 보겠다."

 

"와아아아아아!!!"

 

쏟아지는 열광적인 환호를 보며 케말은 자신의 모든 상식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이딴 혁명이 성공하면 성공해도 문제 아닌가?

 

 

---------------------------

 

 

"엔베르다! 자유의 영웅 엔베르 님이시다!"

 

"엔베르 님! 어디 가십니까!"

 

백주대낮의 코스탄티니예 대로.

 

백마에 올라탄 엔베르가 시민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유유히 행진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총리의 관저인 고관문.

 

뒤따르는 병력은 고작 수십 명 남짓.

 

"하다못해 얼굴이라도 가리지 그러나."

 

"왜 가리나? 시민들이 알아봐야 의미가 있는데."

 

"...그래. 그렇겠지."

 

케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에 정예 병력을 매복시켜 둔 상태였다.

 

"추, 충성!"

 

"수고한다 제군. 잠시 총리를 만나러 왔네."

 

"예! 통과하십시오!"

 

"..."

 

매복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케말의 입이 반쯤 벌어졌다.

 

얘넨 왜 적법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거지?

 

 

잠시 후.

 

탕!

 

관저 안에서 단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자, 다른 분들은 진정하시고."


엔베르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구를 그대로 덜덜 떠는 총리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총리 각하. 나라를 파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으, 으으..."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만회하시면 되니까요. 여기 사직서에 서명 한 번이면 됩니다. 아주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시고 자리에서 내려 오십시오."

 

덜덜 떨리는 총리의 손이 펜을 잡았다.

 

서명이 끝나자 엔베르는 사직서를 정중히 받아 들고는 모자까지 벗어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관저 발코니로 나간 그는 사직서를 높이 치켜든 채 광장을 향해 소리쳤다.

 

"시민 여러분! 나라를 팔아먹던 정부는 방금 사임했습니다! 오스만은 오늘부터 다시 태어납니다!"

 

"와아아아!"

 

"엔베르! 엔베르! 엔베르!"

 

광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로 뒤덮였다.

 

케말은 회중시계를 내려다봤다.

 

엔베르가 고관문을 통과한 지 정확히 14분.

 

"하...시1발. 이게 왜 되는거지?"

 

자기도 모르게 험한 말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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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오늘도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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