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선물로 줄 건프라를 찾던 노부부 썰.jpg
야마다 전기 건프라 매대 앞에서 쪽지에 적힌 메모를 한손에 들고
'칠팔이라고 쓰여있는데 이건가?' '이것도 칠팔인데, 뭐가 다른거지'
'일의 일사사라고도 쓰여있잖아요' '이것도 그래'
라며 훈훈한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가 있었다.
가만 지켜볼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말을 걸고 말았다.
들어보니 손자가 '같이 만들자' 며 졸라댔다고.
노부인이 보여주신 쪽지에는 열심히 따라 쓴것처럼 보이는 글자가 흔들거리며 춤추고 있었다.
'할아버지 같이 건담 만들자. 오알엑스78' 노란색으로 1-144라는 글자도 덧붙여져 있었다.
그렇군. 건담에 78에 1/144다.
이 꼬맹이는 최근 '건프라를 만들고 싶다!' 고 졸라댄 모양.
좀 더 크면 만들자는 말도 안들어먹어서 난감해하던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패스한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퍼스트라니, 뭘 좀 아는 녀석이군.
좋아, 그럼 손주를 위해 나서볼까 싶어 매장을 둘러보니 78에 1/144이 한둘이 아니라 곤란하던 차였다고.
그도 그런게 얼핏 둘러봐도 EntryGrade, EG풀웨폰, HGUC, BeyondGlobal 등 쟁쟁한 면면이 줄지어 서있다.
문제는 다들 똑같은 얼굴이란 거지만.
EG풀웨폰과 BG 박스 측면을 보여주며, 조립 난이도나 부속품 종류 등이 다르다고 간단히 설명.
할머님은 너무 어렵지 않은 것을, 할아버지는 모처럼이니 질리지 않고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는 걸 사주고싶다고.
그렇다면 EG풀웨폰이 딱인데?
'너무 작은 부품도 없고 만들기 쉬운데다 딸려나오는 부속품도 많아서 오래 가지고 놀 수 있을 겁니다' 라며 풀웨폰을 추천했다.
마침 좋은 게 있었네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부인 옆에서 노신사는 기분탓인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이건 색이 칠해져있는 건가요?' 라고 물어보셨다.
플라스틱에 처음부터 색이 있어서 조립하면 견본과 똑같이 만들 수 있어요, 라고 하자
신사의 표정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나같은 프라모델 야만인도 이쯤되니 큰 착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선입견 때문에 질문의 의도를 반대로 짐작한 것이다.
이럼 못쓰지. 놈의 야만 스피릿에 불이 붙었다!
프라모델, 만들어본 적 있으세요? 라고 물어보자
'아니, 꽤 오래전 일이야, 타미야의 탱크 같은 거' 라는 신사.
아니, 이제부턴 오히려 선배 모델러라고 부르고싶다.
그렇군, 손주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였던거군요, 선배님!
선반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좋아, 있어. 역시 믿음직하다 야마다전기.
이런 것도 있습니다, 라고 신사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그렇다, FirstGrade다.
흰색 하나로 성형되어 있다는 것, 결코 간단하지는 않지만 도장만 하면 최신 모델에 뒤지지 않는 조형이라는 것 등의
내용을 알려주자 신사의 눈에 다시 빛이 돌아왔다.
정중한 감사 인사와 함께 선배님과 부인은 FG와 풀웨폰 2개를 손에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두 분 다 웃는 얼굴이셨다.
이쪽이야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인이, 선배님의 등을 토닥거리며 '혼자 열중해버리면 안된다구요' 라며 장난스럽게 한마디하셨다.
유럽인가, 아니면 아프리카였던가.
일찍이 어딘가의 전장을 달리던 강철의 기사.
그 무장을 이어받고 늠름히 선 FG건담과 수많은 무기를 장비한 EG건담이 사이좋게 대지에 선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사이에 왠지 모르게 나도 1/144의 78을 만들고싶어졌다.










크으
퍼스트 그레이드 존재도 까먹고있었네ㅋㅋㅋㅋ
수작업의 로망인가
도색이야기에 눈이 반짝거리시는거 보니 고인물이시잖앜ㅋㅋㅋ
손자한테 멋있는 모습 보이고 싶은데
점원이 나를 뉴비로 생각한다!!!!
프라모델 야만인ㅋㅋㅋㅋㅋㅋ
자 손자야 딱 봐라
런너 그대로의 색보다 직접 칠하고 마감친게 더 보기 좋단다
????
점원 센스 좋네ㅋㅋㅋ
색이 칠해져 있어서 실망이시라니 ㄷㄷㄷ
도색이라...
가조립만 즐기는 초보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지만, 숙련자 입장에서는 그것도 컨텐츠라는 거겠지.
은퇴한 고수가 다시 칼을 뽑는거같네
나이를 먹었어도 젊음은 잃지ㅜ않았으니
밀프(밀리터리 프라모델) 시절 선배네
크으.. 손주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