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게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루리웹 (2381152)  썸네일on   다크모드 on
루리웹-9.. | 25/10/08 18:55 | 추천 8 | 조회 9

[유머] 원피스 분석: 에이스와 로, 받은 사랑의 이유는 무얼까. +9 [2]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72578723

원피스 분석: 에이스와 로, 받은 사랑의 이유는 무얼까.


원피스 분석: 에이스와 로, 받은 사랑의 이유는 무얼까._6.png



일전 에이스에 대한 심리 분석글(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2511102 )에서 해석한 바 있는데,


에이스란 캐릭터는 한마디로 '무조건적 사랑을 갈구하지만 무조건적 사랑을 믿지 못해서, 받은 사랑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음.


태어난 순간부터 세계에 의해 '죽는 게 정상'이라고 규정지어진 목숨으로 태어나서,

존재를 인정받을 조건을 외부로부터 끝없이 요구받아온 삶.


그 부조리한 요구가 그의 내면에 너무나 깊숙이 침투했기 때문에,


바라던 무조건적 사랑(흰 수염)을 받게 되고도 그것의 무조건적임을 믿지 못해서


사랑해준 자에게 대가(해적왕)를 돌려줘야 한다는 도치된 강박관념의 굴레에 얽매여 싸워온 인간,


그것이 에이스라는 인간인데,


《원피스》에는 에이스와 매우 유사한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이 또 하나 있음.





원피스 분석: 에이스와 로, 받은 사랑의 이유는 무얼까._1.jpg


바로 트라팔가 로.


부모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채 존재[해적왕의 아들] 자체를 죄라고 부정당하며 살다 흰 수염에게 구원받은 에이스와,


부모의 사랑을 어려서 상실하고 존재[박연병]를 재앙이라고 부정당하다 코라손에게 구원받은 로는 그 삶의 모습이 매우 유사함.



그래서 에이스가 흰 수염의 '대가 없는 사랑'에 스스로 대가를 부여하여

 "나는 아버지를 해적왕으로 만들어서 그분의 사랑에 보답해야 해"

 라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한 것처럼


로 역시

 "나는 코라 씨가 못다한 도플라밍고 격퇴를 수행해서 그분의 살려준 은혜에 보답해야 해. 나는 그러려고 살아온 거야."

 라고 스스로의 삶에 의무와 사명을 부여함.




사실 흰 수염이 해적왕에 관심이 없었듯이, 코라손도 로가 자신의 복수에 인생을 내던지기를 바라지 않았겠지. 냉정하게 생각하면 에이스도 로도 그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름.


하지만 강박증자인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 자체에 작동하는 죄악감, 비유컨대 '영혼의 부채'를 그런 '합리적인 사실'로 덜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함.


그 부채는 실제의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의 정신 속의 환상-아버지, 꾸지람하는 아버지를 향한 것이니까.






원피스 분석: 에이스와 로, 받은 사랑의 이유는 무얼까._2.jpg



지나가는 장면처럼 나오지만, 로는 애초에 부하들을 '조'에 먼저 보내면서 아무런 연락수단도 준비하지 않았고,

애초부터 다시 만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함.


즉 드레스로자에서 살아서 나갈 생각이 없었단 얘기지.


'난 코라 씨의 숙원을 위해 살아왔다'는 그의 선언은 전혀 과장이 아니며, 로는 자기 자신을 '코라손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치부할 정도로 스스로의 삶을 중히 여기지 않았음.


코라손이 자신의 생을 바쳐 로에게 준 사랑이,

그에게 큰 은혜이면서 동시에 주박이 되어버린 격.



그 점에서 도플라밍고가 로를 두고 "마치 녀석(코라손)의 망령인 것처럼 살아왔구나" 라고 조롱한 것은,

그의 삶의 진면모 일단을 꿰뚫어보는 말이기도 함.






원피스 분석: 에이스와 로, 받은 사랑의 이유는 무얼까._3.jpg


원피스 분석: 에이스와 로, 받은 사랑의 이유는 무얼까._4.jpg



드레스로자 막바지에 만난 센고쿠와의 대화는,

그래서 그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음.



그동안 코라 씨는 나를 'D'라서 구했다고,

나는 'D'로서 도플라밍고를 타도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그러지 못하면 코라 씨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강박 속에서 살아온 로에게



"코라손은 D의 진실 따위 몰랐다.

 널 D라서 사랑한 게 아니라 단지 너라서 사랑한 것이다.

 그의 사랑에 반대급부 같은 건 없다!"


 라는 센고쿠의 말은, 반평생 동안 로를 얽맸던, 스스로 만든 강박의 사슬에서 그를 '자유'케 하는 말이었던 거지.


 그것도 다름아닌 코라손을 가장 사랑한 사람, 센고쿠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그 무게는 남달랐을 터.





원피스 분석: 에이스와 로, 받은 사랑의 이유는 무얼까._5.jpg


 그래서 그 후 센고쿠가 로에게 건넨 마지막 말,


"녀석을 잊지 않도록 하자.

 그거면 돼.

 너는 자유롭게 살면 된다."


라는 말이 그에게는 구원의 복음이 됨.


'코라손을 사랑하는 것은 단지 그를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굳이 그의 일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너 자신을 채찍질할 필요는 없다. 그를 잊지 말고, 네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라.'



이 말은, 그의 영혼에 새겨진 빚문서를 태워버리는 말이었을 테니까.

로가 진정 자유로운 인간이 된 것은 이 만남에서부터라고 말할 수 있겠지.



만약 이 말을 듣지 못했다면,

이미 '삶의 목적'을 완료해버린 로는 복수에 성공한 여러 복수귀들처럼

'이 다음에 뭘 할지' 알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공허한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름.






그래서 센고쿠가 자신의 손자뻘에게 한

 "받은 사랑에 이유를 붙이지 마라" 라는 말은


가프가 자신의 손자뻘(에이스)에게 한

 "(살아있어도 되는지야) 살아보면 알지." 라는 말과 겹쳐짐.


전자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신하지 못하는 어린 손자에게 '걱정 마렴. 모두가 널 사랑할 거란다' 라고 무책임하게 긍정하지 못하는, 세계의 비정한 진실을 등에 진 할아버지의 비통한 위로라면


후자는 자신의 존재 이유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장성한 손자에게 '네 삶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처음부터 그건 네 존재의 임무도 아니었다' 라고 격려하는 할아버지의 응원이지.



결국 이 두 노인이 하려는 말은 수렴됨.

"너는 더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박연병은 치유되고, 원수는 무찔러서

이미 어느 정도 자신의 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로와 달리


'해적왕의 아들'이라는 굴레는 에이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우거나 교정할 수 없는, 태생 자체의 수난이었기에


에이스에게 가프가 해줄 수 있는 말은 - 그가 제도권 안에서 살아가기를 바랐기에 더더욱 - 그런 빈약한 위로뿐이었다고 나는 생각함.




[신고하기]

댓글(2)

이전글 목록 다음글

31 32 33 3435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