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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9.. | 25/09/28 21:00 | 추천 8 | 조회 20

[유머] 원피스의 중장들은 왜 이렇게 개허접일까? 에 대한 내재적 고찰(장문) +2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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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의 중장들은 왜 이렇게 개허접일까? 에 대한 내재적 고찰(장문)


원피스의 중장들은 왜 이렇게 개허접일까? 에 대한 내재적 고찰(장문)_4.webp



정상전쟁 때 스쳐지나듯 보인 위엄을 짧은 전성기로

이제 와서는 중간보스도 아니고 그냥 센잡몹1 쯤 되는 위상으로 추락한 해군본부의 중장진들.


이래봬도 대장은 지이인짜 긴급한 사태(+ 천룡인 치다꺼리) 빼고는 출동할 일이 없는지라

이들은 평상시 해군 전술의 중추를 맡고 있는 핵심전력이라 할 수 있다.






원피스의 중장들은 왜 이렇게 개허접일까? 에 대한 내재적 고찰(장문)_5.webp





근데 약하다.


아니 물론 <원피스 팬레터>에서 보여지듯 세상의 수많은 해군 해적들 중에서 꼽으면 상위 0.01퍼센트 실력의 고수들이긴 하지만


얘네는 그런 고수들끼리 싸우는 고인물 서버 책임지는 사람들이란 걸 생각하면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보긴 힘들지.


얘네가 맡은 자리만큼 실력이 있었으면 대장을 징병한다는 상무리수를 뒀겠나.


물론 반대로 말하면 큰 힘도 없는데 큰 책임만 진 불쌍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자, 그럼 의문을 제기해보자.

중장들은 왜 이렇게 지위에 걸맞지 않게 약할까?


작 외적인 관점, 그러니까 스토리의 편의성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중장이 수십 명인데 얘네를 다 대접해 줄 수는 없으니까.



그럼 내재적 관점으로는 어떨까?

원피스 세계의 구조와 역사적 흐름을 고려할 때, 중장을 비롯한 해군 장교들의 부진을 설명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해군 장성급들의 약체화는 오히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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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원피스 작중 시점의 세계정부는 몰락하고 있는 제국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지배력이 흔들리고,

도적이나 반군이 창궐하여 이들이 군벌을 형성, 

중앙정부를 무시하고 자체적인 세력을 행사하는 등



삼국지에서 후한 말 조정 꼬라지와 거의 비슷하단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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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3대 세력이란 표현부터가,

유일한 정통권력을 자부하는 정부 입장에선 자충수나 다름없는 용어다.


원래라면 토벌대상이어야 할 도적떼, 군벌들을 자기네와 대등한 한 세력으로 대접하는 표현이니 말이다.



3대 세력의 균형이니 하면 뭔가 안정적인 상태처럼 들리지만,

본래라면 독보적인 최강 세력으로 일극체제를 구성했을 세계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건  숫제 무너지는 책장을 장대 하나로 지탱해놓은 꼴이다.

그래놓고 '봐, 이제 안 무너지지? 이게 황금 밸런스야. 이 균형을 흔들면 안 돼' 라고 하고 있는 것.


당장 무너지지 않으면 뭐하나?

이젠 그 책장에 책 한 권도 겁나서 못올릴텐데.

모양만 간신히 잡았지 책장으로서의 기능은 이미 끝난 거다.



즉 3대 세력이란 말은 이 기형적 상태를 극복할 역량이 없는,

붕괴 수순을 밟고 있는 제국이 이게 정상상태다 라고 우기기 위해 억지로 만든 프레임이란 얘기.




이렇게 보면, 중장이 약한 이유는 삼국지에서 중앙군이 비실거리는 이유와 큰 틀에서 동일하다.


중앙 군사 약화 -> 군벌들의 발호 -> 중앙의 재정적, 인적자원적 악화 -> 중앙 군사의 약화 심화라는 악순환의 사이클을 힘껏 밟고 있기 때문.


즉 중장진의 약화는 세계정부 직속 군사력의 약화를 보여주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원피스의 중장들은 왜 이렇게 개허접일까? 에 대한 내재적 고찰(장문)_8.webp



좀더 자세히 따져보자.


세계정부 약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건 물론 해적계 최대의 군벌세력인 사황이다.


그냥 섬 한두 개를 접수했다 수준이 아니라,

양질의 군사(해적)들을 수 만 명 단위로 거느리고,

수많은 해적단들을 '산하'라는 이름의 봉신(封臣)으로 삼아

기존 국가조차도 영향권에 둔 채 군림하는, 사실상의 신흥제국.



그런데 사황이 이런 거대 세력으로 성장한 것은 그 이전 시대, 그러니까 로저 생전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좀 의아하다.


오뎅의 과거회상에 등장한 흰 수염과 로저는 실력적으로 전성기였음에도 각기 하나의 해적단만을 이끌었을 뿐, '산하'나 '영토'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었기 때문.


이 둘보다 앞서 세력을 구축했고 세계정복을 공공연히 목표라고 천명했던 록스조차 따지고보면 부하들의 질이 높았을 뿐이지 세력권은 해적섬에서 크게 확장되지 않았다.


물론 로저 생전부터 혼인동맹으로 대세력을 구축한 링링이나 대함대를 이끈 시키같은 예외도 있지만,


이들이 다소 특이할 뿐, 현재 시점에는 그냥 자연스러운 수순이 되어버린 '대해적의 군벌화'가 당시에는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단 얘기다.


그렇다면 록스-로저 시기 대부분의 대해적은 막대한 군세보다는 소수정예형 강자집단이었고,

해군 측도 소수정예 강자들이 일 대 일로 '담당'해서 대응할 수 있었다는 얘기.


그리고 전체적인 군세나 인력풀에서는 당연하게도 정부군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므로, 

대해적들이 정부를 무시하며 자기 항해를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제국급으로 확장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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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해적시대가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계정부 체제에서 불안이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단 비주류 계급이나 무법자들이


로저의 유언에 호응해 바다로 나가면서 해적들은 가히 폭증,

이 갑작스런 대준동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없었던 해군은 불온한 시류를 잡을 골든타임을 놓치고



가프 말마따나 '해적이 하늘의 별만큼 많은' 전대미문의 대난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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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상 대부분의 해적들은 라프텔에 있다는 원피스를 노리고 신세계로 향하므로,


이미 신세계를 선점하고 있던 구세대의 대해적들은 마치 물의 흐름에 따라 통발을 설치해서 물고기를 잡듯이

알아서 자신들에게 도전해오는 해적들을 차례차례 제압, 자신의 휘하로 복속시킬 수 있었다.

마치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자 황건적들을 흡수 또는 토벌하며 성장한 삼국지의 군벌들처럼.



그 신세계까지 도달한 해적들이니만큼 해군의 일반 병사와 비교하면 일당십, 일당백의 전력들일테고

이들을 수백 수천 단위로 흡수한 구세대 강자들은

단순한 해적단이 아니라, 거대한 군대의 소유자가 되었다.




세계정부는 해적들의 발호로 통제력이 예전같지 않고,

자신의 휘하에는 나라 한둘쯤을 꿀꺽하고도 남을 강군이 있다.


즉 제국으로 성장할 조건이 갖추어졌던 것이다.






그럼 해군은 이제 어떻게 될까?


첫째, 각 군인들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한다.

예전에는 10군데서 일어나던 해적 사건이 100곳, 200곳에서 발생하는 셈이니 당연한 일.


장병의 피로도도 하늘을 뚫을 것이고, 특히 조직 꼭대기의 강자들이 맡아야 하는 전력상의 책임이 무지막지해질 것이다.


즉, 강한 해병일수록 쉴 틈도 없이 자주 싸워야 하기에, 빨리 죽는다.

죽진 않아도 불구가 되거나 번아웃이 와서 은퇴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가프나 센고쿠, 구 삼대장 등 이 지랄맞은 군복무 아비지옥을 무사히 헤쳐나간 극소수 썩은물들만 남고,

이들과 나란하거나 조금 못한 수준이었을 당대의 중장급 강자들은 대해적시대의 파괴적 물결 속에서 희생되었으리라.





둘째, 잠재적인 인재 누출이 가속화한다.


쉽게 말해, 예전 같으면 중장까지 올라갔을 인재들이

이 시대에는 입대하느니 해적 노릇 하기를 선택한다.


내가 해군에서 대령, 장군 달 수 있는 강자라고 해보자.

입대해서 별 달아봤자 주지육림은 어림도 없고, 매일같이 해적들이랑 목숨걸고 싸우고 또 싸우면서 봉급받고 사는 게 끝이다.


가아끔 천룡인이 오면 그것들 개지랄에 비위도 맞춰줘야 한다.

이것도 시발 목숨 건 업무다.



근데 내가 같은 전투력으로 해적질을 하면 아론처럼 시골마을 수십개는 갈취하며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


물론 아론은 해군지부랑 유착해서 떡고물을 바쳤으니 가능했던 거지만,

반대로 그냥 거하게 약탈 한 탕 하고 잠적할 거면 정치력도 필요없다.


추적을 못 피할 것 같으면 칠무해나 사황한테 충성 맹세하고 투신하면 된다.

사황 밑에서 고관대작까진 못해도 섬 하나 대빵 자리 정도는 달 수도 있고, 천날만날 출동해서 싸워야 하는 군바리보단 낫지.



링링이나 카이도의 과거사를 보면, 반세기 전만 해도 어느정도 싹이 보이는 전투력의 소유자들은 세계정부가 으름장을 놔서라도 자기 직속으로 데려가곤 했는데


현 시점에서는 그것도 어렵다.

가맹국 국왕 입장에서는 지금 나라에 해적들이 몰려오는데 우리 쪽 장군을 데려가겠다 하면 순순히 바치겠냔 말이지.


시발 그럼 니들이 완벽하게 보호해주던가 니들 손 모자라대서 우리끼리 방어하고 있는데 뭐 어떡하란 거임!? 하고 나오면 할 말이 없다.


꼭 천룡인의 사치가 아니라도, 어떻게든 군사력을 유지하려면 가맹국에게서 돈이든 인재든 뜯어내야 하니 정부 단위의 갈취도 심해지고,


그럼 세계정부 체제 자체에 등을 돌리는 국가나 사람도 증가할 수밖에.



이렇게 되니 결과적으로

한 세대 전이었으면 해군에 입대했을 수많은 중장급 잠재전력들,

가령 최악의 세대나 토비롯포 같은 애들이 고스란히 해적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이쪽에 들어올 수 있던 전력 100만큼이 적측에 가담한다면?

우리(해군) 입장에서는 -200만큼의 전력 손실이 나는 거다.

그럼 어떻게 되나? 있던 실력자들이 더 많이 죽어나가겠지.




셋째, 이런 전력 붕괴가 점점 가속 및 고착한다.

해군은 빡세고 해적은 점점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니

어지간히 사명감 충만한 인재가 아니면 입대할 리가 없다.


그리고 해적의 대량 발호는 그들에게 희생된 대량의 난민을 발생시킨다.

그럼 이 대량의 난민은 어떻게 생존할까?

서로를, 혹은 부유한 자를 약탈하며 생존을 도모할 것이다.


즉, 해적의 희생자들이 살기 위해 해적이 되는 악순환이다.


그럼 당연히 세계 치안은 더 안좋아지고

그럼 해군의 부담은 더 높아지고

그럼 피해자들은 해군을 신뢰하지 못하니 무법자가 되고

.... 무한 반복.



그리고 이들은 최종적으로 칠무해나 사황 세력에 귀의한다.

즉 사황은 가만히 세력을 깔고 앉아 현황을 유지만 해도 저절로 이익을 보는 구조로,

이게 20년이나 계속됐으니 해군 꼬라지가 정상적인 상태일 리가 만무하다.


그뿐 아니라 사황의 군벌화 이후 한 세대가 지나면,

그 사황의 세력권에서 태어난 신세대의 입장에서는 사황이 공권력이 된다.

그러니까 세계정부의 군인이 된다는 선택지 자체가 머릿속에 없는, 내추럴 본 해적들이 사황세력의 신진유망주가 된다는 것.

(빅 맘의 어린 자식들이나 야마토는 태어나서 해군을 직접 본 적도 없다!)




이것이 대해적시대 해군의 실태이고 보면,


사실 해군 중장의 약체화는 당연한 역사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가프나 삼대장 같은 천외천급이 아닌 한,

어지간한 실력있는 베테랑 중장들은 창궐한 해적과의 계속되는 싸움 끝에 죽어나갔을 테고,

그런 그들의 뒤를 이을 신진 유망주도 거의 들어오지 않게 됐으니까.



따라서 지금 시대의 중장들은 앞서 말했듯이

'큰 힘도 없는데 큰 책임만 진' 어찌보면 가엾은 사람들이다.


몰락해가는 제국에서 아득바득 지옥같은 군대생활을 헤쳐가며,

그래도 개인의 영욕보다 다른 것을 위해 오늘도 목숨 걸고 강한 해적들에게 돌격하는 군인들이니까.


이들이 자리에 비해 약한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일이 그렇게 된 게 이 사람들 탓은 아니란 얘기.





물론 공전절후의 분탕을 치고 간 로저가 죽고 20년이 지나자

원피스 뽕에 취했던 해적들도 점차 소강상태가 되어

전체적으로 보면 기세가 죽기는 했다.


어떻게 보면 해군이 수습을 하고 코비 등 유망주를 발굴해낼 수 있는 간신히 잡은 호기였는데....







원피스의 중장들은 왜 이렇게 개허접일까? 에 대한 내재적 고찰(장문)_3.jpg



뭐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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