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 [아바타 물의 길] 쿼리치의 자식들과 제국주의의 잔재.sf
단순한 인질극같지만
네이티리의 본격적인 탈선의 암시가 내비쳐지던 아바타-물의 길의 후반부 장면
제임스 카메론의 이전, 그리고 현재의 발언들을 결합해서 생각해보면 이 장면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네이티리는 당연히 이 시리즈의 침략자 vs 피해자의 구도에서 피해자의 입장임.
집도 잃었고 가족도 잃었고
심지어 현재에 와서도 방금도 또 아들을 잃었음.
그녀의 상실과 증오는 과거에 이어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임.
증오할 이유 미칠 이유는 차고 넘침.
그런데 그녀가 붙잡고 있는 인간 스파이더는 좀 상황이 복잡함.
인간이기때문에 억압자, 침략자에 속하는 존재지만
그는 정체성을 거기에 가져본적이 없었음,
오히려 피해자였던 나비족들과 함께 살아온 존재임.
하지만 사실상 인간 껍데기의 나비족이라고만 받아들이기에는,
그는 파더 콤플렉스에 시달림.
자신의 "친아빠"가 곁에 없다는것,
그리고 "친아빠"가 완전 개 씨1발쓰레기새끼라고 공공연히 알려져있으며 본인도 그를 인정해야한다는것.
그걸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그것은 알게모르게 본인을 침울하게 함. 자기 자신의 꼬리표같기도 할테니까.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스파이더 말고도 쿼리치의 "아들"이 하나 더 있다는걸 인지해야 하는데
바로 나비족의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RECOM 쿼리치임.
그는 뭐 엄밀히 따지면 기억 본인을 그대로 이식한 클론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쿼리치의 "자식"이라고 읽을수 있는 텍스트가 풍부하다.
처음 아바타 바디에 기억이 이식된 채로 깨어나는 장면을 보자.
그는 과거의 자신을 보며 [사명]과 [목적의식]을 주입받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는 갓난아기나 다름없는 존재이지만, 태어나보니 이미 머릿속에는 너는 침략자다라는 기억이 들어있었고.
그것을 부정하지 말고 그대로 다시 행하라고 주입받는다.
그리고 여기서 쿼리치가 듣는 설명에서 "아버지" 쿼리치가 말하는것의 핵심을 들어보자.
무슨 제국주의의 부활이니 거창한 질서니 이야기하지 않는다.
복수다.
그 ㅈ같은 놈들이 나를 파멸시켰으니 네가 대신 복수좀 해다오.
그는 자기 머릿속에 들어있던 방식 그대로, 의심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충실히 행하는 사람이 됨.
사실, 그가 가진것은 그저 그의 기억뿐이었지. 그의 원죄는 아니었음.
그것이 그를 고통스럽게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중 초반의 쿼리치는 스파이더와 같이 무고하고 순결한 존재였다.
그랬기에 스파이더는 그에게 내심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에게 "피해자들의 가치관"을 가르쳐주며 교화하고 자신의 가족으로 만들려고 했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저기서 스파이더가 가르쳐주는 나비족의 말이 "Oel ngati kmaeie"
영화 시리즈를 상징하는 명대사 "I see you"임을 떠올려보자.
하지만 쿼리치의 본질은 결국 그를 종속했고
그의 순결함, 그의 기회는 더럽혀지고, 사라진 채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걷는 악인이 되며
그럭저럭 좋아지고 있었던 스파이더와의 관계도 망가지고 만다.
그렇게 놓고보면 결국 이 인질극 장면은
과거의 원죄를 저지른 침략자의 여파가 낳은 참사나 다름이 없는것이다.
과거의 원죄를 저지른 자, 패권주의, 제국주의의 파괴를 저지른 자.
침략자의 적통이 되기를 선택한 자이자 현재에도 회개하지않고 되풀이되는 과거의 죄악과 망령.
과거의 죄악은 되풀이하고싶지도 않고 되풀이해서도 안됨도 너무나 잘 아는 상식인이지만
자신의 뿌리가 더러운 무언가라는것에 열등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현대인.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계속되는 만행에 울부짖는 피해자.
이 아버지, 자식의 관계라는 비유를
현실의 역사든, 실제 사람들의 삶이든
무언가에 대입해보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5부작이라는 말도안되는 분량까지 할애해가면서
"돈 때문이 아니라 진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어느정도는 짐작이 갈지도 모른다.
물론 완벽하게 해석이 작동하려면 적어도 3편까지는 나와봐야 알수 있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