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잡설이 너무 기니깐 핵심은 중간의 진한 글씨 두 문단만 보면 됨)

나는 수년 전에 어느 대기업의 대형설비 설치 관련해서 하청 계약직 통역으로 잠깐 들어갔었음.

그 설비의 상당 부분이 일본꺼라서 일본 측 엔지니어도 붙어서 지도 및 감독을 해야해서 통역이 필요했던 것.

그때 나는 설비가 워낙 길고하면 단순히 오차만 고려하는게 아니라

지구는 둥그니까(!) 그 기울기라고 해야하나 그런거도 다 계산해서 설치해야한다는걸 처음 들어봄.

듣고보니 납득은 되지만, 그 전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지.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이면 지구가 평평하단 소리는 못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함 ㅋㅋ)

아무튼 내 통역이 대기업 측 및 일본 담당 업체 측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건지

같은 공정으로 미국에도 다음 해에 공장 세우고 설비 들어갈건데

여기 일 마무리 되면 한두달 쉬다가 미국에 가서 해보겠냐고 제안을 받음.

근데 내 통역 월급은 현장 신호수보다도 적다는 사실을 일 한참하다

공사업체 아저씨들하고 친해지다보니 그때 물어보고서야 알게 됨.

그래서 나는 하청업체 측에 공사 기술자만큼은 바라지도 않으니

최소 신호수만큼이라도 맞춰달라고 조정 요구를 했지만 협상이 결렬되어서

일정 기간 인수인계 해야하니 2주 정도만 더 해주고 그만뒀음.

아무튼.. 그때 그 공사업체 사장님이랑 짬날때 얘기하다가 내가

'이거랑 똑같은거 미국에도 짓는다는데 사장님 업체도 갑니까?'라고 물었더니

'예전엔 여기 대기업 의뢰로 미국도 가고 다른 나라도 공사해주러 몇번이나 갔는데 이번엔 모르겠다.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국내공사도 엄청 깨지는데 외국가면 모든 체류비에 추가수당까지 하루 단위로 다 붙여줘야하는데

예전과 달리 코로나 지나고 기존 인력은 빠져나가지, 있는 사람도 갈수록 노쇠해져가지, 신입은 없지 근데 기존 인력 인건비에 수당까지 감당이 될까 모르겠다.

자네들은 우릴 노가다꾼이라고 우습게 보지? 저 기술자들은 하루 기본 일당만 60이다. 주말이면 퍼센테이지로 더 붙고 평일 초과수당도 얼마나 무서운줄 아냐?

그리고 사실 저 외국 가서 일하는게 합법적으로 가는게 아냐.

비자가 안 나오니 관광비자로 들어가서, 한번에 공사가 다 못 끝나니

기술자들도 그렇고 통역도 그렇고 3달밖에 못 있어. 무조건 그 다음은 다른 사람들로 교대해서 공사해야돼.

예전에 어느 나라였는지 기억이 가물한데, 공사하다가 갑자기 공무원들인지 떼거지로 쳐들어오더라.

우리는 혹시나해서 이 기업 유니폼으로 다 입고 있었어서 우리는 무사했는데

우리 말고 다른데 공사 업체는 한국인 말고 다른 외국인 노동자도 델꼬가서 거긴 얄짤없이 걸려서 추방당한적이 있어.

그런거보면 일도 어렵지만, 불법으로 일한다는 부담감도 없다고 못해.'

뭐 아무튼 임금 문제로 중도에 나갔으니

미국에 내가 갈 일도 없었지만, 만약 협상 타결됐더라면 미국에 갔었겠지.

다만 나는 수년 전이라 시기가 달라서 내가 걸리진 않았겠지만.. 잡혔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네.

얘기 들어보면 재밌는거 많았음.

공장이 워낙 외딴 곳이어서 일요일이나 되어야 차타고 한참 나가서 쇼핑하는데

그마저도 강도 당할뻔 했던 스토리라던지

미국에서 옛날에 공장 지을때 중장비가 없어서 불러야하는데

해당 주에는 그 대형 중장비가 없어서 옆 주에서 불러와야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거랑 다르게 주 넘어가는거도 무슨 국경넘는거처럼 절차가 까다로워서

중장비가 들어오는데 2주나 걸려서 생각지도 못하게 대량으로 공기 지체가 발생했다던지..

간만에 그때 듣던 썰 다시 떠올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