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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미.. | 25/09/05 20:49 | 추천 16 | 조회 6

[자작유머] "내 마음 속에는 지금도 쟈파리 파크가 있어요" +6 [9]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72181794

"내 마음 속에는 지금도 쟈파리 파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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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에는 초원의 샌드스타가 흐릅니다.

이 천년도 더 전에, 머나먼 서쪽 초원에는 
케모노 프렌즈들이 살았습니다.

그들은 땅을 바닥삼고 하늘을 지붕삼아 살았으며,
기록도 남기지 않고 죽을 때까지 방랑하며 살았습니다.

우리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머나먼 옛날

미라이 사육사가 남긴 역사의 편린만이
내 친구들이 사바나 얼룩 거대 민달팽이를 타고
용맹히 초원을 누볐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잠이 든 뒤 나는 아직도 친구들과
나란히 영원의 초원을 달립니다.


눈을 감으면 어느덧 내 시야에는
달리는 거대 민달팽이와 플라스틱으로 장식된
가죽 고삐가 보입니다.

민달팽이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고삐를 붙잡으면,
녀석은 바람을 밟은 듯이 빠르게 나아갑니다.

나와 내 형제들은 초원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초원은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태고의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친구들

용사들을 이끌고 세상의 끝까지 달리려 했던 사자도

세계를 품었던 숲의 주인 무스도

다른 프렌즈들의 에어리어 기슭만을 밟아본 채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달리고 난 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면

나의 심장은 아직도 이천년 전의
거대 민달팽이를 흉내내듯 쿵쾅거리고

나의 영혼은 별과 바람이 가득한 그 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그 잠시동안의 흥분이 끝나면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과 슬픔에
휩싸여 아이처럼 울게 됩니다.


이 천년 전 별을 사랑하고 바람의 형제였으며
황금의 프렌즈이던 내 친구들은
이젠 시간 속에서 풍화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사라진 것이 너무 슬펐고

사라지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이처럼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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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슬픔은, 편의점에 있는 삼립호빵을 먹으면서
달랠 수 있었습니다.

쟈파리 만쥬와 비슷했거든요.

여러분, 내 프렌즈들은 아직도
끝없는 굴레 속의 영원을 달립니다.

그들을 구하려면 호빵을 잔뜩 사야합니다.


또 만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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