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주차장 자리
"전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집에 돌아와 녹음을 다시 들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다시는 관리사무소 오지 마세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 태도...'
'나한테만 저랬을까?'
아니다.
저렇게 능숙한 걸 보니 초범이 아니다.
분명 이전에도 누군가 비슷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서로를 모른다는 것이다.

다음 날.
나는 A4 한 장을 출력했다.
'관리사무소에서 비슷한 일을 겪으신 분이 계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였다.
그리고 같은 내용을 관리사무소 민원함에도 넣었다.
누군가는 연락하겠지.
한 명만 나타나도 된다.
이런 일은 증인이 많을수록 강해진다.

-------
그리고 전기충전기 설치건에 관해서도 걱정이 되었다.
'혹시 주민들이 정말 충전기를 반대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충전기 설치하면 그자리는 전기차만 댈수있으니깐 싫어서?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럼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주차장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장애인 주차구역이 10면. 사용하는건 한대뿐
이거 꼭 있어야하나?
뒤져보니 2005년 이전 준공 건물은 장애인주차구역 설치의무가 없었다.
구청과 복지부 등에 며칠 동안 전화만 수십 통.
한달에 걸친 기나긴 대화끝에 얻은 결론은 예상 밖이었다.
이 건물은 장애인 주차구역 설치 의무가 생기기 전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게다가 건축이후 용도 변경 이력도 없었다.
행정 기록에도 해당 주차구역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시설이 아니었다
물론 요즘 정책은 장애인 주차면을 늘리는 방향이라 공무원들도 쉽게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일반 주차면으로 변경 신청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변호사의 자문을 거친 답을 받았다.
'됐다.'
이걸로 주차면수 추가확보가 가능하겠다.
주차자리가 모자란 건물에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이사실을 관리사무소에 전달했다.
구청 직원도 직접 관리실에 전화해 주었다.
---
"아니~~!
내가 국민신문고에 물어봤을 땐 안된다고 하더니
왜 이쪽에는 된다고 하는 거야?"
그 안경 쓴 관리실 경리직원이었다.
"..."
"왜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거야?"
그건 니가 ㅂㅅ이니깐요
자기가 일을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새로운 논리를 꺼냈다.
"우리가 동네구멍가게예요? 전화 한 통 왔다고 일을 해요?
우리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공문이 와야죠! 공문!"
무슨 구멍가게 드립이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으셨잖아요?
이제 용도 변경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직원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공문이 와야 진행하죠!"
"신청을 해야 승인이든 반려든 결과가 나오죠."
"공문이 없는데 어떻게 해요?"
같은 말이 세 번 반복됐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 사람은 해결 방법을 찾는 사람이 아니다.
**안 되는 이유를 찾는 사람이다.**
공문공문 지껄이는 공문무새랑 더 이야기해 봐야 의미가 없었다.
그냥 돌아왔다.
---
그날 밤.
이번에는 다른 의문이 생겼다.
'근데...'
'주차장이 왜 이렇게 부족하지?'
주차장에 정기차량으로 등록된 차량은 약 420대.
주차면도 420면.
얼핏 보면 딱 맞는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 건물은 상가를 포함해 440세대.
내가 봐도 차 없는 집이 정말 많았다.
연세 많은 분들도 많고, 차없는 젊은 1인 가구도 적지 않다.
최소 100세대 정도는 차량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등록 차량은 420대?
계산이 맞지 않았다.
---
이 건물 관리규약이 있다.
‘실거주 차량만 등록 가능’
‘한 세대당 한 대만 등록 가능’
그런데...
420대?
'이거 뭔가 이상하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한 세대에 차량 한 대만 등록되는 거 맞죠?"
"네."
간단한 대답이었다.
며칠 뒤 직접 찾아가 다시 물었다.
"정말 전부 한 대씩인가요?"
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뭐..."
"한두 세대 정도는 두 대도 있어요."
...
잡았다.

전화로는 한 대라고 했는데.
직접 가니 두 대가 있다고 한다.
예전에 바뀌기전 관리규약은 추가금을 내면 두대를 댈 수도 있어서
그때 등록한 사람들은 두대도 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얼버무리면서 2세대라고 대답했는데
정말 2집 밖에 없을까..?
나는 바로 내용을 정리해 다시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였다.
'1세대 1차량 등록 지켜지고 있을까요?'
이번에는 얼마나 붙어 있을까.
세 시간 후에 보니...
깨끗했다.
종이가 사라졌다.
누군가가 떼어 간 것이다.
게시물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익명의 주민의 제보가 있었다.
"현재 동대표 중 한 분이 차량을 두 대 등록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순간 퍼즐 한 조각이 맞춰졌다.
'자기는 차 두대 대면서 전기차 충전기 설치는 반대하고 있었구나?'
충전기 설치로 일반 주차면이 줄어드는건 안되고
자기 차 두대는 대고 싶고.
그래서 반대한다?
물론 아직은 추측일 뿐이었다.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사건을 파고들수록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처음에는 전기차 충전기 하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주차 문제.
동대표들의 이기심.
이를 지지하는 관리실.
그리고 이들 사이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
이 사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
"좋아."
"이제 진짜 범인을 찾아볼까."
그날부터 나는 이 건물 입주민이 아니라,
이 아파트의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이 되었다.
#3 :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3429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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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3편을...ㅠ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