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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크 | 13:56 | 추천 45 | 조회 14

[정보] 충격적인 너프를 받은 간지 폭발 물고기 이야기 +25 [16]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76335701

충격적인 너프를 받은 간지 폭발 물고기 이야기

충격적인 너프를 받은 간지 폭발 물고기 이야기_1.webp

?(너무 맛있게 먹느라 사진 찍는 걸 깜빡해서 부득이하게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으로 대체함)


이번에 아버지 생신이셔서 강화도로 왕새우구이를 먹으러 갔다. 난 몰랐는데 말씀하시기론 8월 중순부터 출하되기 시작해 먹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 오랜만에 먹으니까 되게 맛있었음.


다만 왕새우구이는 생각보다 먹기 불편하단 말이지. 머리 따고 껍질 벗겨내는 게 여간 귀찮은 일임. 그냥 씹어 먹기엔 껍질이 단단하고 단면이 날카로워서 다치니까 손질이 필수불가결이고... 맛있지만 그만큼 수고가 들어가는 음식 같아 왕새우구이는.


그런 의미에서 충격적인 너프를 받은 간지 폭발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함. 이게 왕새우구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같은 해산물이잖아. 이것으로 연관성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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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의 국경 사이에는 5개의 거대 호수인 오대호가 위치해 있다. 그중에서도 이리호라 불리는 곳에서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의 화석이 처음 발견되었음. 1867년에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제이 테렐이 호숫가에 있는 자기 집 근처의 절벽에서 화석을 수집함. 하지만 아마추어였던 만큼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지, 화석을 당시 저명한 학자였던 존 스트롱 뉴베리가 있는 오하이오 지질 조사국에 기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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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먼 옛날에 살았던 물고기인 판피어의 머리 화석이잖아? 생긴 걸 봐선 아마 이전에 발견됐던 다른 판피어의 새로운 종이겠군. 그 녀석이랑 같은 라인으로 분류하면 되겠어."


판피어는 약 4억 4천만 년 전에 등장해 8천만 년 동안 존재한 고대 물고기의 분류군으로, 머리와 흉부가 뼈로 된 갑옷판으로 덮인 게 특징이다. 이 특유의 갑옷판 덕분에 널빤지 판(板)에 가죽 피(皮) 자를 써서 "판피어"라 불림. 갑옷판이 피부로 덮여 있었거든.


아무튼 뉴베리는 화석을 보고 이전에 발견된 "디니크티스"라는 판피어의 일종으로 판단, 1873년에 이 녀석과 같은 라인으로 분류하여 발표한다. 그렇게 83년이 지난 1956년이 되어서야 프랑스의 고생물학자 장 피에르 레만에 의해 다른 종이라는 게 밝혀지고, 고대 물고기 화석 연구의 대가 데이비드 던클의 이름에서 따와 둔클레오스테우스라는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됨. 뜻은 "던클의 뼈". 둔클이 이제 던클이라는 이름이 라틴어화 하면서 변형된 거고, 뒤의 오스테우스가 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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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신 골격 모형. 눈에도 공막륜이라는 뼈가 있었다.)


이렇게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게 된 둔클레오스테우스는 곧바로 큰 인기를 끄는 고생물이 된다. 어딘가 간지나는 이름과 더불어, 생긴 것도 멋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했거든. 위 상반신 골격 모형만 봐도 마니아층이 생길 수밖에 없는 외형인 걸 알 수 있음.


개인적으로는 판피어들 공통 특징이긴 하지만, 갑옷판이 턱에서 변형되어 통짜 이빨처럼 구성된 게 엄청 간지 포인트인 거 같다. 저게 이빨이 아니라 뼈로 된 갑옷판 끝부분이 변형된 거임. 저렇게 통짜로다 날카로운 단면을 지니고 서로 맞물리는 구조인데, 덕분에 둔클레오스테우스는 후술할 특징들 덕분에 당시 환경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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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특징은 바로 크기. 최대 몸길이 10m에 몸무게는 4톤이라는, 당시 생물로서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지녔다고 여겨졌다. 외형도 간지나는데 크기도 이리 크니 마니아층이 더더욱 두터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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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의 복원도. 적극적인 포식자라서 그런가 몸통은 상어랑 비슷했다.)


두 번째 특징은 바로 치악력. 무는 힘이 아주 강했는데, 무려 5363N(뉴턴)이라 여겨졌다. 이 수치는 kg으로 환산 시 547kg의 힘으로 누르는 것과 같은데, 이는 코끼리 뼈도 씹어 먹는 하이에나보다(약 4500N. kg으로 환산 시 453kg 정도) 훨씬 강한 거임. 심지어 단두대 칼날 같은 특유의 뼈판 이빨 덕분에 실질적으로 가해지는 압력은 훨씬 더 강했으리라 추측된다.


이 덕분에 둔클레오스테우스는 같은 판피어들이나 암모나이트 같은 갑옷을 지닌 동물들도 문제없이 잡아먹을 수 있었다. 강력한 치악력과 날카로운 뼈판 이빨로 그대로 절단해서 부숴버리면 그만이니까. 이 강력한 치악력은 자기들끼리 싸울 때도 사용됐는데, 이 때문에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화석에선 동족에게 물려서 생긴 부상의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세 번째 특징은 바로 입을 여닫는 속도. 둔클레오스테우스는 특수한 턱 구조를 지녀 입을 굉장히 빠르게 여닫을 수 있다고 여겨졌다. 2007년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입을 한 번 열고 닫는데 약 60ms(밀리초)가 걸렸던 것으로 밝혀졌거든. 사람이 눈 깜빡이는 속도가 120ms이니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입을 여닫는 셈이다. 이 덕분에 입을 빠르게 열어 입 안쪽을 순식간에 진공 상태로 만든 뒤, 압력 차이로 발생하는 흡입력을 통해 일정 크기 이하의 먹잇감들은 그대로 집어삼켰을 것으로 추정됐음.







?"정말 위대합니다, 둔클 선생! 우아아아아아!!!"


이렇게 둔클레오스테우스는 특유의 머리에서 오는 우직하고 흉악한 간지나는 외형, 그에 걸맞은 강력한 스펙 덕분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끄는 고생물이 된다. 여러 대중매체에서 모티브로 쓰이고, 고생대 관련 다큐에서 간판 같은 존재로다 꼭 나오는 등 출현 빈도도 아주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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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아주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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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러셀 엔젤만입니다. 이번에 동료 학자들과 같이 둔클레오스테우스에 대해 연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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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 둔클레오스테우스 엄청 좋아하는데! 그 간지나는 친구에 대한 새로운 연구라니, 너무 기대돼요! 어떤 연구인가요? 혹시 버프? 아니면 더 개쩌는 신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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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아닙니다. 저희 연구진들이 둔클레오스테우스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 의구심이 든 게 있는데, 바로 크기입니다. 보니까 주로 입을 바탕으로 계산하던데... 현생 물고기만 봐도 입만 겁나 큰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좀 더 제대로 된 계산법으로 크기를 구해봤습니다. 안와-아가미뚜껑 길이로 다 가요."


안와-아가미뚜껑 길이 측정법은 말 그대로 눈구멍에서부터 아가미를 덮는 뚜껑까지 이어지는 부분의 길이를 재는 거다. 이 부분의 길이는 전체 몸길이와 일정한 관계가 있어, 여기 길이를 재면 전체 몸길이에 거의 근접한 정확도 높은 수치를 구할 수 있음. 이렇게 일정하게 비례하는 이유는 3가지인데, 다음과 같다.



1. 아가미 용적의 제약

아가미뚜껑 안쪽에는 물고기의 호흡 기관인 아가미가 들어있음. 몸집이 커지면 산소 요구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몸집에 비례해서 아가미의 표면적과 공간도 커져야만 체내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2. 뇌 용량

눈구멍부터 아가미뚜껑 사이에는 뇌가 들어선다. 그런 만큼 이 부위의 크기가 몸집보다 너무 작으면 뇌가 작아져서 지능이나 감각 처리에 문제가 생기고, 너무 크면 비효율적인 골격 유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몸집 크기에 맞추어 정확하게 설계된다.


3. 입과 달리 거의 생기지 않는 변형

물고기의 입은 진화하면서 생태가 달라짐에 따라 변형이 크게 일어난다. 위 대사처럼 아귀와 같이 입만 겁나 큰 물고기들도 있음. 반면 눈구멍부터 아가미뚜껑 사이는 생태가 바뀌더라도 구조적 기능은 변하지 않아, 해당 물고기의 정확한 크기를 구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엔진룸을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의 엔진룸 크기가 자동차 전체 크기와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처럼, 물고기의 눈과 아가미뚜껑 사이 길이도 전체 몸길이와 일정한 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음.


아무튼 엔젤만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둔클레오스테우스의 기존 크기 측정이 입이 비례해서 이루어진 것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래서 이들은 무려 972종의 어류에게서 3169개의 관찰 자료를 획득, 눈구멍부터 아가미뚜껑 사이의 길이가 전체 몸길이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냄. 그리고 이 연구를 바탕으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크기를 재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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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불길한데...)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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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해 본 결과 둔클레오스테우스의 정확한 크기는 평균 3.4m 정도입니다. 아무리 커도 4.1m를 넘지는 못했을 거 같네요. 이에 따라 체형도 늘씬하기보단 좀 뚠뚠한 체형이었을 겁니다. 체중도 950kg ~ 1.7t 사이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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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 둔클이가!!! 후자케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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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저랑 제 연구팀은 학자로서 과학적인 사실만을 연구할 뿐인데."


"아 그리고 이전의 무는 힘이랑 초고속으로 입을 여닫아 생기는 흡입력으로 먹잇감을 섭취했다는 가설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전 연구는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거 같거든요. 저희 팀이 연구해 본 결과 둔클레오스테우스의 두개골에는 연골이 꽤 많더라고요? 그래서 입을 70도의 각도까지 크게 벌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만큼 상어와 비슷하게 입을 크게 벌리고 날카로운 뼈판 이빨을 활용해서 먹잇감을 찢어먹는 방식으로 섭취했을 거 같네요."


"그러니 치악력은 아마 이전 추정치보다 더 낮았을 거고, 초고속으로 입을 여닫는 능력도 없었을 거라 봅니다. 먹잇감을 흡입해서 잡아먹는 현생 동물들은 오히려 입을 크게 벌리는 걸 제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둔클레오스테우스가 서식했던 곳은 사방이 개방된 수역이라 흡입 능력으로 먹이를 섭취하기엔 오히려 불리하거든요. 흡입해서 먹으려면 몰래 접근해야 하는데,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선 그게 힘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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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엄청난 너프를 받고 역변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대한 고생물학 커뮤에서의 반응은 2개로 나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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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적자면 이 그림은 개그성으로 그려진 거지 진지한 복원도가 아니니까 주의)


?"엌ㅋㅋㅋㅋㅋㅋ 변한 모습 겁나 뚠뚠하네ㅋㅋㅋㅋㅋㅋ 이거 완전 금붕어 아니냐? 니 별명은 이제부터 둔붕어여ㅋㅋㅋㅋㅋㅋ"


뚠뚠한 체형으로 변한 게 마치 금붕어 같아서 이를 가지고 개그 요소로 삼으며 즐기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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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둔클이 팬심 접습니다 수고염~ 피규어도 처분해요~"


그리고 분노 끝에 둔클이 탈덕해서 접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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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해서 한때는 간지 폭발 외형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엄청난 너프를 받고 이제는 둔붕어라는 별명과 함께 밈이 된 고대 물고기 둔클레오스테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다. 크기가 무려 반토막 이상으로 줄어든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고생물학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큰 화제가 됐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네.


참고로 둔클레오스테우스는 포켓몬 어래곤/어치르돈의 머리 부분 모티브이기도 하다. 이전에 다른 커뮤에서 누가 대전 과학관에서 이 둔클레오스테우스 머리 화석 가지고 "어래곤이 실존했다는 증거가 여기 있다!"란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그거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이렇게 이야기글을 써봤음. 사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워낙에 유명하고 생긴 게 인상적이라, 생물 관련 과학관에서 머리 화석을 모형이나 그림으로 전시해놓는 공무원 같은 존재임. 그래서 이름은 몰라도 생긴 건 어디선가 봐서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만큼 충격적인 외형 변화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거 같음.


아무튼 이상으로 글을 마치고, 언젠가 또 소재가 생각나서 글을 쓰게 되면 다시금 올려보겠다. 읽어준 사람들 모두 고마워.




https://www.pickiverse.com/ko/game/2aa61 (피키버스)

https://playduo.kr/index.html?detail=8fb7240f-0b8f-4c45-900c-b92b0241e7f6 (플레이두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나온 친구 외에도 신기한 고생물들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면 위 이상형 월드컵을 추천한다. 일반인에게도 신기하다고 여겨질 법한 고생물들 128마리를 모아서 열심히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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