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엔비디아를 창업했을 때는 제품을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몰랐고, 고객도 없었다.

가족들에게는 “일하러 간다”고 말하고 나왔지만, 회사에는 우리 셋뿐이었다.

그래서 점심 먹고 나면 오락실에 가서 SEGA의 《버추어 파이터》, 《데이토나 USA》 같은 게임을 했다.
놀면서도 “이걸 어떻게 구현했지?” 계속 뜯어보며 분석했다.

그러다 하나 떠올랐다.
“일본에 가서 SEGA를 설득하자.
이 아케이드 게임들을 PC로 이식하고, 함께 PC 3D 게임 산업을 열자.”
? 이게 엔비디아의 시작이었다.

조건은 간단했다.
그들이 게임을 PC로 이식해주면,
우리는 그들의 게임기 칩을 만들어 준다.

“우리가 게임기 칩을 만들고,
SEGA는 게임을 PC로 이식한다.”

당시 기준으로도 큰 금액을 SEGA가 우리에게 지급했고,
그 돈으로 우리는 게임기 개발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듯했다.

나는 기술 방향과 사업계획을 세웠고,
불가능해 보여도 SEGA 협력을 얻었으니 잘 되는 줄 알았다.

?

그런데 1~2년 뒤 깨달았다.

첫 번째 기술 선택이 완전히 실패였다는 것을.

그냥 살짝 틀린 정도가 아니라
핵심 기술 선택 세 가지가 전부 틀렸다.

그게 당시 우리가 얼마나 ‘똑똑했는지’를 보여준다.

1995년 중반, 우리가 틀린 길로 가고 있음을 인식했다.
실리콘밸리는 3D 그래픽 스타트업으로 가득했고
그들은 모두 옳은 기술을 선택했는데,
우리는 정반대로 갔다.

회사는 위기에 빠졌고,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1.지금 방향을 바꾸면 꼴찌가 된다. 맞게 바꿔도 죽을 수 있다.
2.방향을 안 바꾸면 100% 죽는다.
3.아니면 완전히 다른 것을 할까?

이건 가장 어려운 전략적 결정이었다.
나는 말했다.

“방향을 바꾸자. 일단 살아남자.”

하지만 두 번째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거의 돈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SEGA와의 계약 때문에
그 게임기를 반드시 완성해 넘겨야 했다.
SEGA가 계약을 취소하면?

우리는 즉시 파산이다.

?

나는 일본으로 날아가 SEGA 사장을 만났다.
(그는 과거 혼다 미국법인 CEO였던 훌륭한 분이었다.)

그에게 말했다.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1.우리가 약속한 기술은 만들 수 없다.
2.이 게임기를 완성하면 당신들의 돈만 낭비되고, 제품도 쓸 수 없다.
?? 다른 파트너를 찾길 추천한다.
3.그리고… 계약을 취소하셔도 되지만,
?우리는 마지막 500만 달러가 필요하다.
?그 돈이 없으면 바로 죽는다.

나는 왜 기술이 틀렸는지,
왜 처음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왜 지금은 불가능한지 전부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부탁했다.

“마지막 500만 달러를 잔금이 아니라 ‘투자’로 바꿔달라.”

그는 말했다.

“투자해도 너희는 망할 가능성이 높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경쟁사는 모두 옳은 기술을 택했고
엔비디아에 투자해서 돈을 벌 확률은 사실상 **0%**였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투자하면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투자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 즉시 죽고, 기회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투자하지 않으셔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만약 해주신다면… 제게는 정말 큰 의미입니다.”

그는 이틀 고민한 뒤 돌아와 말했다.

“우리가 투자하겠다.”

왜냐고 물었을 때 그의 답은 단 하나였다.

“나는 당신이라는 젊은이를 믿는다.”

그게 전부였다.

그 500만 달러를 지금까지 들고 있었다면
오늘 그 가치는 약 1조 달러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상장하자마자
SEGA는 지분을 모두 팔아버렸다.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와, 기적이다!”

그리고 팔았다.
엔비디아 시가총액 약 3억 달러일 때.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평생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