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스포일러!)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초반부,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외계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외계 미생물이 태양과 금성을 감염시켜 증식하고 있었는데,

얘네가 태양을 뒤덮어서 빛을 차단하는 바람에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우주선을 보내서 샘플을 회수해 온 것.

 외계 생물학자였던 그레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할 전지구적 계획인 헤일메리 프로젝트의 최고 관리자 스트라트에게 스카우트되고,

미생물을 연구하던 그레이스는 이들에게 아스트로파지(Astro+Phage, 별 포식자)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우선 아스트로파지가 번식하고 있고, 빛을 추진력으로 사용해 이동하며,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건 확실했지만,

왜 금성을 감염시켰고, 왜 태양에서 금성으로 가는지, 어떻게 태양과 금성을 찾는 건지는 오리무중인 상황.

그래서 그레이스는 스트라트에게서 받은 아스트로파지 딱 3개를 가지고 열심히 실험을 하고 있던 것이다.

생각해 보자. 가장 먼저, 아스트로파지는 어떻게 금성을 찾는 거지? 아마 빛이겠지. 

음, 일반 조명에는 전혀 반응이 없군.

그렇다면 금성의 온도에 맟춘 적외선은? ....이것도 안 되네.

그렇다면 스펙트럼은 어떨까? 모든 분자는 고유의 빛 스펙트럼을 가지지. 금성엔 이산화탄소가 많으니, 이산화탄소의 스펙트럼을 쪼이면?

좋아, 아스트로파지가 움직였다! 성공이야!

그럼 이제 아스트로파지가...어디 갔지...

(0.000001초 만에 현미경 상에서 사라져 버린 아스트로파지들)

오 이런.

그래. 일단 내 가설이 맞긴 맞았군. 아스트로파지는 이산화탄소의 스펙트럼에 이끌려.

나쁜 소식은 얘네들이 내가 쏘인 빛에 이끌려 광속으로 튀어나가 실종됐다는 거지.

일단 얘네들이 빛의 방향으로 튀어나갔다면 이 필터 어딘가에 달라붙어 있을 텐데...

아, 그렇지! 체온을 사용하자.

아스트로파지의 체온은 섭씨 98도에 달하니, 얘네들은 주위를 따듯하게 달구고 있을 거야.

그럼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서 찾아낼 수 있겠지.

...일단 그 전에 완전한 암실을 만들어서 외부 적외선을 100% 차단해야겠지만.

(DIY 암실을 만든 후...) 

 너무 어두워서 눈을 감은 건지 뜬 건지도 구분이 안 되는군.

이제 적외선 고글을 쓰고 필터를 관찰하면...

좋아, 찾았다! 세포 네 개 모두 무사하군!

...난 3개로 시작했을 텐데.

설마 내가 실수로 아스트로파지를 번식시킨 건가...?

('세계 최초로 외계인을 번식시킨 인간' 칭호를 획득했다!)

진정하자. 아스트로파지의 미스터리 하나는 풀렸어.

이놈들은 태양에서 에너지를 비축하고,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금성을 감지해 찾아가 거기서 세포 분열로 번식하는 거야.

그러면 그 다음에는...아마 태양으로 돌아가겠지. 에너지 수급을 위해.

그렇다면 방금 분열한 세포들에게 아주 아주 강력한 빛을 쪼여서 태양을 흉내낸다면 어떻게 될까?

(시내에서 가장 강력한 조명을 사 온 후...)

성공이다! 딸세포 두 개가 '태양' 쪽으로 움직였어! 아스트로파지의 생애 주기 전부를 밝혀냈어! 거기다가 번식시키는 방법까지!

이건 인류 역사의 대발견이야!

(전화중) 저기, 스트라트 씨?

뭡니까.

제가 아스트로파지의 생애 주기와 번식 방법을 밝혀냈고 성공적으로 번식시켰습니다.

...거기 가만히 계세요.

(1초 후 실험실로 쳐들어온 군인) 혹시 그레이스 박사님이 맞습니까?

맞는데요.

저희와 함께 가시죠. 지금 당장.

그리고 그렇게 그레이스는 전투기로 끌려가 냅다 헤일메리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일하게 된다.

그것도 스트라트 바로 옆에서 모든 상황을 보고받는 2인자 위치로.

무려 인류 최초로 외계인의 생태를 밝혀내고 번식시킨 인물이니 당연한 결과.

워낙 성격이 소시민적이고 유쾌해서 알아보긴 힘들지만, 진짜 천재라고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