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했던 최악의 말실수 -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을 불쌍해요
대학 시절 토론 수업을 좋아해서 매 학기 토론 수업 1~2개는 꼭 신청해서 다녔는데,
아무래도 그 당시는 중고교에서 토론 수업 이런게 활발하지도 않았고 대학 들어온 이후에나 토론을 처음 접한 경우도 많아서 그런가
수업 하다보면 별의별 미친 말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잦았음.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이자 정신 나갔다 생각되는 케이스가 간통죄 폐지 찬반 토론에서 나왔엇음.
교양수업으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 낀 특이한 수업이었는데, 당시 간통죄 폐지 찬성측 토론자가 진짜 미친 의견을 제시함.
그쪽 조에선 사랑은 개인의 감정이지 이걸 국가에서 범죄로 지정해 막는 자체가 문제였다!
대강 이런 식의 주장을 주로 해서 폐지 찬성을 하고 있었음.
근데 문제는 토론을 더럽게 못해서(....) 자기네 주장마저도 제대로 못 써먹고 걍 아니 사랑을 국가에서 통제하면 안된다니까요? 정도로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만 하다 토론 점수를 죽죽 깍아먹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을 참지 못했는지 한 남학생이 희대의 발언을 내뱉음.
이 사람들의 상대편...그러니까 간통죄 폐지 반대 측 발표자(여학생)을 상대로
간통죄 폐지에 반대하는 걸 보니 그쪽이 아직 사랑이 뭔지 몰라서 그런거 같다(???)
나처럼 사랑을 해본 사람은 이걸 반대 할리가 없다!
실제로 난 여친도 있고(!!)
바람도 피고 있고(????)
이렇게 사랑을 해봤기 때문에 내 말이 맞다! 내가 뭐 틀린게 있으면 이야기를 해 보셔라!
?????????
순간 2~30명 정도 되는 인원 전부 말도 못하고 정적이 흐르는데 와.....
교수님도 앞에서 뭔가 적으며 토론 경청하시다가 내가 뭘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시고 딴짓하던 사람들도 지금 내가 뭘 들은거지???
심지어 욱해서 얘기했다쳐도 이정도 분위기면 그건 아니었다, 아니 뭐 그 하며 수습이라도 할만할텐데
이 청년은 봐라 말이 없으신걸보니 내가 이김 ㅋㅋ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자기 조원들에게 자랑함.
같은 조원들도 너 미쳤냐 그러는 판에(........)
다행히 교수님이 정신차리시고 그 학생 보며 감정이 지나쳐서 그런거 같네요, 혹시 지금 발언이 진심은 아니죠?
잠시 토론윤리(첫 시간에 이미 짚고 넘어감)을 다시 보며 올바른 토론이란 무엇인가 짚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로 수습 해주시긴 했지만...
박살난 분위기는 복구가 안 됐고, 그때서야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남학생은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그 다음 주부터 수업에 나오질 않게 됐음. 교수님도 딱 한번 출석 더 부르신 후 두번 다시 그 학생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나랑 학과, 학년도 다 달라 이후 어떻게 됐는진 모르겠는데 그때 같은 조 인원들이 전부 같은 학과, 같은 학년이었던건 기억남.
어째서 그 친구는 간통죄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했던건지, 그리고 사랑의 멋짐을 그토록 설파했던건지 오래도록 기억이 남는 수업이었음.
거진 10년도 넘은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기억날 정도로....
그러니까 그 말을 토론에서 이긴 일침으로 여기고 자랑스러워했다고...?
세상은 참 넓구나...
1학년인가 2학년 이었을텐데 그 친구는 정말 회심의 한마디를 던진 느낌이었음ㅋㅋㅋㅋ
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