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오늘은 아직 그쪽 수련을 하지 않았다만?"

"사람으로서 두발 딛고 사는 것이 힘들다는 뜻입니다.

태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사는 것 또한 원치 않았으나

사람으로 태어나, 스스로 생의 종점을 찍을 만큼의 각오도 없어

그저 살아감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매일 아침이며 밤이며 천장을 보곤 그렇게 생각하는 나날입니다."

"제자여, 산책은 하였으냐?"

"아니요, 수련이며 작업이며 하여 밤에도 쉬이 눈을 감지 못합니다."

"산책을 하고 방을 정리한 뒤에는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거라."

"그것이 무슨 해답이 됩니까, 스승님?"

"아무 것의 답도 아니다, 다만 당장 몸을 움직이고 잡념을 뒤로 미뤄낼 뿐이지.

제자야, 너는 태어난 것으로 충분하다.

네가 짊어진 원죄나 의무 따위는 없단다."

"그러면 저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합니까?"

"꽉 막힌 소리를 하는구나, 꼭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느냐?

굳이 말하자면,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살려무나.

그것이 남에게 해가 되는 것만 아니라면, 누군가 낭비라고 하여도

네가 하고자 한다면 무슨 상관이느냐.

누군가는 허구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실존하지 않는 이야기를 짓는 것에 평생을 건다.

누군가는 한낱 미물이 귀여워 어쩔 수 없다며 평생을 그들을 돌본다.

누군가는 그저 술이며 음식의 진미를 맛보는 것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그저 아무것도 안하는 것 그 자체로 평안을 얻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의미를 가져야 하는 것이냐?

하물며 네가 하는 게임이며 음... 커뮤니티? 도 시간낭비라고 한다면 시간낭비지."

"좀 메타적 발언이지 않습니까?"

"스승은 그런거 모른다, 하여튼 남에게 피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적당히 하고 싶은걸하며 살려무나.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있으니."

"스승님..."

"그러니까 세우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말고 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한발 빼고나면 평안을 얻을 것이니.

그리고 네가 보는 춘화를 내가 다 알고있단다."

여름 새벽이었다.